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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의 역사와 문화유산 본문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북쪽 금정산 자락에 자리한 범어사는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 불교의 대표 사찰 중 하나이다. 범어사는 단순한 수도처를 넘어 동남권 불교문화의 구심점이며, 역사적 사건과 불교의 변화를 함께 겪으며 그 중심을 지켜온 유서 깊은 사찰이다. 범어사는 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행과 교육, 불교문화 계승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사찰은 금정산의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어진 수많은 전각과,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들을 통해 한국 전통 건축과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범어사의 창건 배경과 연혁, 주요 문화재, 전각 구조 및 그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중심으로 범어사의 종합적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 범어사의 연혁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18년(678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창건 설화에 따르면, 이곳 연못에서 범(梵)의 소리가 들려 사찰 이름을 '범어사(梵魚寺)'라 하였다고 한다. ‘범어’는 '불법을 듣는 물고기'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깨달음의 장소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신라 중기부터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범어사는 동남권 불교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강원과 선원을 갖춘 본격적인 수행 도량으로 확립되었고, 수많은 고승들이 이곳에서 법을 펼쳤다. 임진왜란 당시 일부 전각이 소실되었으나, 이후 중창을 통해 원래의 규모를 회복하였고, 19세기에는 승려 교육의 중심지로도 자리매김했다. 근대기에는 일제강점기에도 불교계 중심 도량으로 기능하며 항일 불교운동에도 참여한 바 있다.
오늘날 범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로서, 산내 암자들과 함께 체계적인 불교 교육과 포교, 문화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단순한 역사 유물로서가 아닌, 살아 숨 쉬는 불교의 현재로서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 범어사가 소유한 주요 보물·국보급 문화재 목록과 설명
범어사는 다양한 불교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범어사 삼층석탑 (보물 제250호)
통일신라 양식의 대표적인 석탑으로, 간결하고 안정감 있는 비례미를 자랑한다. 현재 대웅전 앞 마당에 위치하며, 조형성과 역사성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범어사 대웅전 (보물 제434호)
범어사의 중심 법당으로, 조선 후기의 목조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팔작지붕 구조로, 내부에는 석가모니불과 함께 다수의 불상과 불화가 봉안되어 있다.
범어사 범종 (보물 제169호)
조선 숙종 12년(1686)에 제작된 동종으로, 음향의 깊이와 문양의 섬세함에서 예술적 가치가 높다. 현재 범종각에 걸려 있으며, 매일 아침 저녁 예불 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범어사의 정신적 상징이다.
범어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보물 제1526호)
18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조선 후기 불상 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얼굴의 이목구비와 자세가 안정되어 있으며, 관음보살로서 자비의 상징을 표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불경, 불화, 의식구 등 다수의 유물과 암자별 독립 문화재가 있으며, 금정산 일대 전체가 신앙의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 범어사의 건축물 구조 설명 (전각 명칭, 용도, 상징성)
범어사의 전체 배치는 금정산 중턱의 지세를 따라 조화롭게 설계되어 있으며, 각 전각은 불교 사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일주문은 세속과 성역을 나누는 첫 관문으로,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천왕문은 사천왕상이 모셔진 수호문으로, 중생의 번뇌를 거두고 정토로 들어가는 상징이다.
불이문은 중생과 부처, 깨달음과 번뇌가 둘이 아님을 상징하는 문으로,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정화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대웅전은 중심 법당으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다양한 불상과 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이곳은 범어사의 예불, 의식, 법회가 진행되는 주 공간으로, 불교 신앙의 중심이다.
범종각은 범종이 설치된 누각으로, 의식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 공간이며, 불법의 울림을 청각적으로 전달한다.
응진전은 아라한 16존자를 모신 전각으로, 열반의 경지를 이룬 수행자의 경건함을 기리는 공간이다.
요사채, 강원, 선원 등의 부속 건물은 교육과 생활, 수행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며, 일반 방문자보다 스님들과 수행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범어사의 건축물은 공간마다 엄격한 기능 분화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체가 하나의 수행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 범어사 건축물의 불교적·문화적 의미 분석
범어사의 건축물은 한국 불교의 수행 사상을 건축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예다. 입구에서 대웅전, 그리고 부속 전각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중생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 즉 번뇌에서 해탈로 향하는 불교의 길을 상징한다.
특히 불이문은 "둘이 아님"이라는 불교의 핵심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이 문을 통과하는 행위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서 의식의 변화를 의미하며, 참된 수행의 시작을 알린다.
대웅전과 응진전, 범종각은 각각 불법(佛法), 승가(僧伽), 청정한 울림이라는 3보(三寶)의 상징적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범어사의 건물 배치는 단지 효율성과 미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불교 철학과 교리에 근거하여 설계된 점에서 특별하다.
또한 범어사는 금정산이라는 강한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공간으로 기능한다. 건축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자연에 귀의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무위자연, 자성청정의 불교 사상이 녹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범어사를 단지 사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공간이자 영적 수련의 도량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 범어사의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과 현대적 가치
범어사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 불교의 정신을 지켜온 역사적 사찰이며, 건축과 예술, 사상의 측면에서 모두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 사찰에 담긴 문화재와 전각들은 단지 오래된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명상과 치유, 교육과 성찰의 공간으로 살아 있다.
특히 범어사의 불교 철학과 자연 친화적 건축은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보존의 모범이 된다. 범어사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일은 곧 우리의 문화적 뿌리를 계승하는 작업이며, 미래 세대에게 정신문화를 전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 범어사는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와 세계인에게 열린 문화 공간으로서 그 가치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불교문화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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